야성의 증명 - 모리무라 세이치
일본 현대 미스테리의 거장 중 한 명인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을 이제야 읽게되었다.
모리무라 세이치 작품 중 증명 시리즈라고 해서 유명한 시리즈가 있는데, 이 야성의 증명은
그 증명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사실 다른 증명 시리즈를
읽어 보지 않아서 그냥 그렇다는 것만 알고 있는 것 뿐이지만.
장르는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인데, 읽어본 일본의 추리 소설 중에서 하드보일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 주인공을 쫓는 경찰, 주인공이 맞서는 거대한 도시의 지배세력
이 서로 치열하게 맞물리며 읽는 내내 긴장하며 읽었다. 재미있었음.
하드보일드 답게 처음부터 그로테스크한 사건과 함께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초반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적으로도 끈적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해미트나 챈들러의
번역본 소설에서는 느껴지는 미국의 하드보일드와는 크게 다르다. 꼬집어 말하자면 성적 비유를 하는
방식이 다르고, 미국 하드보일드의 악당은 폼과 명예를 중시하고 있다면, 이 소설의 악당들은 샐러리맨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함. 게다가 가지라니. 난 처음에 가지라고 하길래 나뭇가지인 줄 알았다.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부분은 과거에서 오는 이상능력이라던가, 작품 마지막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ㅇㅂㅂ
과 같은 자연적인 소재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약간 판타지적 또는 SF적인 것 같은데, 자주 읽는 본격 추리물과는
다르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소재의 사용이 좀 기묘했음.
모래그릇 - 마츠모토 세이초
모리무라 세이치와 마찬가지로 일본 현대 미스테리의 거장 중 한 명인 마츠모토 세이초의 걸작 중 한 편.
마츠모토 세이초는 이제 100주년 기념 단편집도 한국에 다 발매되었으니, 정발이 좀 팍팍 되었으면 좋겠네.
이 소설은 주인공은 노련한 도쿄 경시청 1과 소속 중년 경찰인데, 진짜 근성이 쩌는 아저씨다. 그야말로 발로 하는
조사, 조사, 조사, 두뇌 회전, 조사, 조사로 모든 일이 진행되는데 이런 내용으로 한 권을 만들어 내다니 역시
마츠모토 세이초.. 점과 선에서 느껴졌던 그 편집광적인 조사 능력을 뛰어넘는 경찰의 집념이 이 모래그릇에는
담겨 있다.
위와 같은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 이외에도, 그냥 소설로도 꽤나 재미있다. 누보 클럽이니 하는 건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역시 출세욕과 애증 사건은 어느 나라나 재미있군. ㅎ
이게 1961년 작인데, 1977년 작인 야성의 증명과 비슷하게 약간 SF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걸 보면 이건
그 사이에 일본에서 본격 추리를 넘어서 뭔가 현실에서 약간 벗어난 요소를 집어넣는 흐름이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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